전 · CHAPTER 15

학대 피해자의 방어행위와 정당방위

배우자의 공격을 막다가 상대방을 사망하게 한 사건은 반의사불벌과 다른 질문을 제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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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의 공격을 막다가 상대방을 사망하게 한 사건은 반의사불벌*과 다른 질문을 제기합니다. 핵심은 방어행위의 정당성, 당시 위험과 사용한 힘, 그리고 검찰이 범죄를 입증할 수 있는지입니다. 피해자나 유족의 용서가 정당방위*를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에서 이러한 사건을 기소*하지 않는 결정은 가능합니다. 그 결정이 얼마나 흔한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미국은 주마다 법과 실무가 다르고, 오랫동안 학대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전국에서 자동으로 면책되는 제도는 없습니다.

캘리포니아의 공식 검토자료는 반복된 폭력과 그 영향에 관한 전문가 증언이 정당방위 판단에 활용될 수 있음을 설명하면서도, 급박성 등 기존 요건이 피해자에게 장벽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그 자료의 제안과 현재 시행 중인 법은 구별해야 합니다.

한국 형법 제21조 역시 현재의 부당한 침해와 방어의 상당성을 요구합니다. 피해자의 장기간 학대 경험을 어떻게 수사하고 판단에 반영할지는 중요한 개혁 과제입니다. ‘왜 떠나지 않았느냐’는 질문만으로 당시 위험과 탈출의 어려움을 설명할 수 없습니다.

필요한 것은 학대 이력과 위협에 관한 조사, 전문가 의견, 무료 법률지원, 구속* 필요성을 사건마다 판단하는 일입니다. 기소할지, 구속하거나 석방할지, 무죄로 볼지는 각각 다릅니다. 방어행위는 사실관계에 따라 정당방위가 될 수 있지만, 사실 없이 살인 자체를 면책할 수는 없습니다.

한국 형법 제21조의 요건을 풀어씁니다. 현재의 부당한 침해가 있어야 하고, 방어를 위한 행위여야 하며,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말은 간단하지만 장기간 학대의 맥락에서는 각 요건이 다르게 읽힙니다. '현재의' 침해는 그 순간의 주먹만을 말하는지, 이어져 온 위협을 포함하는지를 묻게 됩니다. '상당한' 방어는 당시 피해자가 쓸 수 있었던 수단 가운데 무엇을 말하는지를 묻게 됩니다. 법전의 글자는 같아도 사실관계가 다르면 판단이 달라집니다.

급박성의 장벽을 짚습니다. 캘리포니아의 공식 검토자료는 반복된 폭력과 그 영향에 관한 전문가 증언이 정당방위 판단에 활용될 수 있음을 설명하면서도, 급박성 등 기존 요건이 피해자에게 장벽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잠든 가해자에 대한 행위, 헤어진 뒤의 대치처럼 교과서 밖 사안에서 요건은 좁게 작동할 수 있습니다. 그 자료의 제안과 현재 시행 중인 법은 구별해야 합니다. 제안은 방향이고 법은 현실입니다.

수사와 지원의 과제를 적습니다. 피해자의 장기간 학대 경험을 어떻게 수사하고 판단에 반영할지, 전문가 의견을 어떤 절차로 들을지, 무료 법률지원을 어떻게 연결할지, 구속 필요성을 사건마다 어떻게 판단할지가 남습니다. 기소할지, 구속하거나 석방할지, 무죄로 볼지는 각각 다릅니다. '왜 떠나지 않았느냐'는 질문만으로 당시 위험과 탈출의 어려움을 설명할 수 없습니다. 방어행위는 사실관계에 따라 정당방위가 될 수 있지만, 사실 없이 살인 자체를 면책할 수는 없습니다.

어머니를 때리는 아버지를 말리다 아들이 아버지를 살해한 사건들을 묶어 봅니다. 2022년 대전에서는 15세 아들이 아버지가 어머니를 폭행하는 모습에 격분해 흉기를 휘둘러 아버지가 숨졌습니다. 존속살해 혐의가 적용되었고, 어머니도 함께 범행했다는 진술이 확보되어 영장*이 재신청되었습니다. 2020년 평택에서는 아들이 아버지가 전날 어머니를 때렸다는 사실을 알고 둔기를 휘둘러 70대 아버지가 숨졌고, 1심과 항소심 모두 징역 5년을 선고했습니다. 서울 은평에서는 30년 이상 폭언·폭행에 시달린 34세 아들이 어머니에게 술값을 달라며 폭언하는 아버지를 둔기로 때려 숨지게 해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습니다. 2017년과 2021년 가정폭력* 신고 기록이 있었고, 범행 뒤 어머니와 목숨을 끊으려다 실패하고 자수했습니다.

2017년 필리핀 자택 사건은 대법원까지 갔습니다. 어머니와 여동생을 흉기로 위협한 부친과 몸싸움 끝에 30대 아들이 프라이팬으로 머리를 내려치고 목을 졸라 살해했습니다. 1심은 징역 10년, 2심은 징역 6년으로 감형했고 대법원이 확정했습니다. 2심은 부친이 유발한 가정폭력 상황에서 당황하고 격분해 우발적으로 범행에 이르렀다고 보았고, 유족인 어머니와 여동생이 선처를 간절히 탄원한 점도 고려했습니다. 말리려다 살해에 이른 사건에서 법원이 보는 것은 정당방위 성립이 아니라 우발성과 양형*입니다. 셋째 보는 것은 남은 가족의 의사입니다.

피해자 본인이 반격한 사건들의 기록도 이어집니다. 1991년에는 10년간 가정폭력과 끊임없는 살해 협박에 시달린 피해자가 가해자를 죽음에 이르게 했습니다. 1심은 징역 3년을 선고했고 최종심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의 유죄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이 사건의 구명활동이 사회적 공론을 모아 1997년 가정폭력 특별법 제정으로 이어졌습니다. 2004년 사건에서는 '이혼하거나 신고할 수 있었다'는 이유로, 2011년 사건에서는 가해자가 잠이 들어 침해가 일단락되었다는 이유로 정당방위가 부정되었습니다. 개별 사건에서 가정폭력 피해 여성의 정당방위가 인정된 사례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대법원의 법리를 대조합니다. 한편에서는 잠자는 남편을 살해한 사안에서 주관적 공포를 수긍하면서도 객관적으로 침해가 현존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정당방위와 긴급피난을 부정했습니다. 다른 한편에서는 일련의 연속되는 행위로 침해상황이 중단되지 않았거나 일시 중단되었어도 추가 침해가 곧바로 발생할 객관적 사유가 있으면 전체적으로 침해가 종료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하여 현재성을 넓혔습니다. 어느 법리가 어느 사실관계에 적용될지가 쟁점입니다. 배우자 살인 판결문 연구에서는 피고인이 가정폭력 피해자인 집단의 선고형량이 유의미하게 짧았고, 처벌불원*이 고려된 경우에도 형량이 짧았습니다. 가해자인 집단은 일반 살인과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습니다.

이 장의 한 문장: 방어행위의 정당성은 사실관계에서 판단하되 학대의 맥락을 수사부터 반영해야 합니다.

문 뒤에서 몸을 웅크린 여성 실루엣 앞에 펼쳐진 방패 모양 빛막이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