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 · CHAPTER 09
임금체불과 처벌불원서의 위험
임금체불 사건에서 노동자가 가장 먼저 원하는 것은 임금의 실제 지급일 수 있습니다.
임금체불* 사건에서 노동자가 가장 먼저 원하는 것은 임금의 실제 지급일 수 있습니다. 처벌불원* 제도는 사업주의 지급을 유도하는 협상 수단이 될 수 있지만, 지급 전에 서명을 받는 방식으로 운영되면 노동자가 가진 압박 수단이 먼저 사라질 수 있습니다.
나는 약 2013년 임금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처벌불원서를 썼고, 그 뒤 사업주가 돈을 주지 않았다고 기억합니다. 서명일, 문구, 처분 결과, 지급 약속은 기록으로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지급 약속과 실제 지급의 차이입니다. ‘곧 주겠다’는 말만으로 처벌불원서를 받으면, 약속이 깨졌을 때 노동자에게 무엇이 남는지를 물어야 합니다. 합의서*, 지급내역, 처분서, 감독관의 설명은 서로 다른 사실을 담고 있을 수 있습니다.
노동 분야의 개혁 방향은 반복·상습 체불에 대한 반의사불벌* 적용 배제 확대, 실제 지급을 확인하기 전에 처벌불원서를 받지 않는 절차, 대지급금과 신속한 채권 회수 지원입니다. 현행법에 이미 있는 예외와, 여기서 새로 제안하는 내용은 다릅니다.
2013년 사건이 지금 법으로 어떻게 되는지는 여기서 결론 내지 않습니다. 그때의 효력은 당시 법령과 기록으로 판단해야 하고, 오늘의 법을 그때로 소급해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노동 분야의 개혁 방향을 세 갈래로 적습니다. 첫째, 반복·상습 체불에 대한 반의사불벌 적용 배제를 확대하는 것입니다. 상습범에게까지 서명 하나로 면책의 길을 열어둘 이유가 약합니다. 둘째, 실제 지급을 확인하기 전에 처벌불원서를 받지 않는 절차입니다. 지급 약속과 실제 지급의 차이를 제도가 메워야 합니다. 셋째, 대지급금과 신속한 채권 회수 지원입니다. 서명을 무기로 남겨두는 대신 국가가 임금을 먼저 보장하고 구상하는 방식입니다. 현행법에 이미 있는 예외와 여기서 새로 제안하는 내용은 다르므로, 인용할 때 출처를 구분합니다.
2013년 사건이 지금 법으로 어떻게 되는지는 여기서 결론 내지 않습니다. 그때의 효력은 당시 법령과 기록으로 판단해야 하고, 오늘의 법을 그때로 소급해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기억은 문제 제기의 출발점이지 법률 판단의 근거가 아닙니다. 날짜와 문구가 없는 상태에서는 다시 고소*할 수 있는지, 임금 채권이 남았는지를 말할 수 없습니다. 기록이 말하게 두는 것이 순서입니다.
법령의 위치를 확인합니다.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2항은 제36조·제43조 등 임금체불죄에 대해 피해자의 명시적인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규정합니다.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하는 범죄라도, 노동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처벌할 수 없습니다. 2024년 10월 개정으로 체불사업주 명단공개 대상 사업주는 반의사불벌 적용이 제외되어, 적용 범위가 좁아졌습니다. 다만 처벌불원으로 종결되는 사건 비중은 개정 전과 큰 차이가 없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판례가 보여주는 두 장면을 적습니다. 첫째, 퇴직 근로자 임금 2,246만 원을 미지급한 회사 대표 사건에서 공소 제기 후 피해 근로자가 처벌불원 의사를 표시하자 법원은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6호에 따라 공소를 기각했습니다. 둘째, 1심 유죄 선고 후에 제출된 처벌불원서는 효력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반의사불벌죄의 처벌불원 철회는 1심 판결 선고 전까지만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진정을 취하했다가 다시 진정한 사건에서는, 반의사불원은 번복할 수 없으므로 재진정은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서명의 시기와 번복 금지가 한 쌍으로 작동합니다.
'처벌불원서에 서명해야 돈을 준다'는 압박의 실례도 보도되었습니다. 서울 홍대 인근 유명 음식점 사건에서는 사업주가 처음에 체불임금 이체 확인증을 위조해 제출했고, 위조가 드러나 시정지시를 받자 피해자를 매장으로 불러 처벌불원서에 서명해야 체불임금을 주겠다고 압박했다고 합니다. 대다수가 체불액 전액이 아닌 70~80%만 받고 서명한다는 증언도 있습니다. 임금체불 사건의 42%가 반의사불벌로 종결된다는 보도도 있습니다. 통상 형사합의는 피해액 전액과 위로금을 지급하는데 임금체불만 피해액을 감면해주는 기형적 합의로 변질되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감독관의 처리 구조를 함께 봅니다. 피해 근로자가 처벌불원 의사를 표시하면 감독관은 철회할 수 없고 같은 내용으로 재신고도 할 수 없다는 유의사항을 고지하고 확인서를 받습니다. 단순 진정 사건은 체불액 청산 여부와 관계없이 내사종결하고, 고소·고발 사건은 '공소권 없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합니다. 서명 한 장으로 사건이 '처리'되는 구조입니다. 처리 건수를 높이기 위해 이 구조가 이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지점입니다. 서명을 받으면 감독관의 사건은 끝나지만 노동자의 임금은 끝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서명 과정에 압박이 있었는지, 70~80% 지급이 관행처럼 굳었는지는 감사와 실태조사로 확인해야 할 일입니다. 구조적 유인이 있다는 것과 개별 감독관이 실제로 압박했다는 것은 다른 층위의 이야기이므로, 전자를 근거로 후자를 단정하지 않습니다.
통계의 한계도 짚습니다. 고용노동부 통계는 지방관서에 접수된 신고사건을 바탕으로 작성됩니다. 신고하지 않은 체불은 통계에 잡히지 않으므로, 발표된 숫자는 빙산의 일각일 수 있습니다. 2025년 체불액은 2조 679억 원, 피해 노동자는 26만 2천여 명이었고, 2024년 2조 448억 원에서 늘었습니다. 고용노동부 스스로 총액 중심 통계의 한계를 인정해 2026년 1월부터 임금체불률·체불노동자 만인율 등 상대 지표를 함께 공개하고 중복집계액을 제외하는 방식으로 바꾸었습니다. 정확한 실태 파악이 안 된다는 문제 제기가 통계 제도까지 바꾼 것입니다.
소액체당금이 드러냄의 통로가 된 과정을 적습니다. 2015년 7월 소액체당금 제도가 시행되었고, 2021년 10월 간이대지급금으로 바뀌면서 법원 확정판결 없이 노동관서의 체불확인서만으로 최대 1,000만 원까지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소송할 돈도 시간도 없는 노동자에게 확인서 한 장이 돈이 되는 길이 열린 것입니다. 진정과 확인서 발급이 늘면서 숨어 있던 체불이 통계와 기록에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확인서에만 의존한 지급 거부와 행정심판 다툼도 늘었습니다. 제도가 바뀌면 드러나는 숫자가 바뀌고, 드러나는 숫자가 바뀌면 문제의 크기가 다시 보입니다.
이 장의 한 문장: 지급 약속과 실제 지급의 차이를 제도가 메워야 노동자의 서명이 협상이 됩니다.

참고자료
- 근로기준법: 현행 및 연혁 확인https://www.law.go.kr/법령/근로기준법
-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https://www.law.go.kr/법령/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 한겨레: 임금체불 42%가 반의사불벌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1281375.html
- 고용노동부 노동포털: 임금체불 통계https://labor.moel.go.kr/arrstat/sttcStusList.do
- 정부24: 체불근로자 대지급금https://www.gov.kr/portal/service/serviceInfo/PTR000051327